진료철학

할 수 있는 치료와 해야 하는 치료는 왜 다를까요?

치과 기술로 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. 그래서 오히려 '할 수 있다'와 '하는 게 낫다'를 구분하는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를 실제 진료 사례로 말씀드립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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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치과에서 어떤 치료를 권유받으시고 "이걸 꼭 지금 해야 하나" 고민하고 계신다면, 그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드려보고 싶습니다.

이 치료는 제가 "할 수 있어서" 권해드리는 걸까요, "해야 해서" 권해드리는 걸까요?

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. 그리고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제가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하는 판단입니다.


"할 수 있다"와 "해야 한다"는 왜 다른 질문인가요?

치과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. 예전이라면 어려웠을 치료도 지금은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어요.

그런데 저는 이 변화가 오히려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.

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가 넓어질수록, 그중 무엇을 실제로 권할지 구분하는 판단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.

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, 지금 이 환자분께 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른 질문입니다. 전자는 "이 치료를 할 수 있는가"를 묻고, 후자는 "지금 이 상태에서 이 치료가 최선인가"를 묻습니다.

저는 진료할 때 이 두 질문을 따로 놓고 판단하려고 합니다.


실제로 이런 판단을 하는 경우들

말로만 설명드리면 막연하실 수 있어서, 진료실에서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.

작은 충치를 발견했지만 바로 삭제하지 않는 경우

엑스레이나 구강카메라로 작은 충치를 발견하면, 지금 당장 삭제하고 채워 넣는 치료를 할 수는 있습니다. 하지만 초기 단계라면 당장 삭제하지 않고 관리하며 지켜보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습니다.

치아는 한번 삭제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. 그래서 지금 삭제해야 할 만큼 진행됐는지부터 먼저 판단합니다.

신경치료가 가능하지만, 신경을 살려볼 여지가 있는 경우

신경치료를 시작하면 치아 안의 신경을 제거하게 됩니다. 할 수는 있지만, 신경을 아직 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그 가능성부터 먼저 확인합니다.

당장 신경치료로 넘어가는 것이 더 간단할 때도 있습니다. 그래도 저는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 판단을 건너뛰지 않으려고 합니다.

흔들리는 치아지만 곧바로 발치하지 않는 경우

치아가 흔들린다고 해서 모두 바로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. 흔들리는 원인과 잇몸뼈 상태에 따라 치료로 안정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.

발치는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지만,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.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살릴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.

뼈이식을 더 할 수 있지만, 꼭 많이 할 필요는 없는 경우

임플란트를 심을 때 뼈이식을 더 넉넉하게 하면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. 이 부분은 예전에 별도의 글로 자세히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, 뼈이식은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. 더 할 수 있다는 것과, 더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.

발치 즉시 임플란트가 가능하지만, 일부러 기다리는 경우

이를 뽑은 날 바로 임플란트까지 심는 즉시식립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. 하지만 잇몸과 뼈 상태에 따라 일부러 기다렸다가 심는 지연식립을 권하기도 합니다. 이 판단 기준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. 여기서도 마찬가지로,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지금 하는 게 낫다는 뜻은 아닙니다.

더 빠르게 끝낼 수 있지만, 안전을 위해 단계를 나누는 경우

치료 단계를 줄이면 내원 횟수도 줄고 더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저는 상태에 따라 일부러 단계를 나누기도 합니다.

한 번에 진행하는 대신 중간에 경과를 확인하면, 예상과 다른 부분이 생겼을 때 바로 계획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. 빠른 것이 항상 더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


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시나요?

제가 중요하게 보는 기준 중 하나는, 지금 하려는 선택이 되돌릴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입니다.

치아 삭제나 발치, 신경치료처럼 한번 시행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치료일수록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합니다. 반대로 지금 바로 치료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는 상태라면, 관찰이라는 선택지도 함께 설명드립니다.

물론 기다리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.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치료 범위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, 왜 지금 치료하는 편이 나은지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.

이렇게 해야 "무조건 덜 치료하는 치과"가 아니라 "치료할 때와 기다릴 때를 구분하는 치과"라는 철학이 정확해집니다.

결국 중요한 것은 '할 수 있다'가 아니라 '왜 그렇게 판단했는가'입니다

치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"할 수 있는 치료"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. 그럴수록 저는 오히려 무엇을 지금 하고, 무엇을 지켜볼지 구분하는 판단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.

그래서 진료 중에 "이것도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시나요?"라는 질문을 받으면, 저는 숨기지 않고 그 이유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.

할 수 있다는 것과 해야 한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, 그리고 그 판단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. 저는 이것이 연세백세치과가 진료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.

연세백세치과 대표원장 김종욱

  • #진료철학
  • #과잉진료
  • #치료판단

자주 묻는 질문

Q. 치료를 미룰 수 있다고 하시면, 치료가 필요 없다는 뜻인가요?
아닙니다.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, 앞으로도 계속 지켜만 본다는 뜻은 아닙니다. 상태가 바뀌면 다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서, 지켜보기로 한 부분도 정기검진 때 계속 확인합니다.
Q. 더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, 왜 굳이 나눠서 진행하시나요?
빠르게 끝내는 것이 항상 더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. 치료 단계를 나누면 중간에 상태를 확인하고 계획을 조정할 수 있어서, 결과적으로 더 안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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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쓴이

김종욱

김종욱

대표원장 · 치과보존과 전문의

치과보존과 전문의로서 신경치료가 꼭 필요한지,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는지부터 판단하며, 치료 전 환자분의 의구심과 불안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진료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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